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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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은 달걀 후라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10. 1. 23:18
우울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언제 어떻게 올 지 몰라 대처가 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올 수 도 있고 기분 좋은 하루의 끝에 찾아올 수도 있다 우연한 말 한마디의 무게에 짓눌릴수도 작은 기억 하나의 슬픔에 방향을 잃을수도 있다 먹구름이 덮인건지 해가 저문건지 어둑어둑해진 나의 마음은 결국 낮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밤이 너무 어두워서 그냥 불을 끄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는 아무렇지 않게 달걀후라이를 해 먹을 것이다 오늘 밤에 달이 뜨지 않았다는 것을 잊을만큼 예쁜 노른자가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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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내 거' (feat. 처진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28. 23:17
웃긴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세호씨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활동중인 예능인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표정이나 몸짓이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낸다. 통통한 생김새가 한 몫 하는 듯 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30kg 감량'으로 화제가 되었다. 올해 1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그는 체지방만 17.7kg를 감량하였고, 근육량은 유지했다고 한다. 30대의 마지막인데 이번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실로 대단하다. 식단관리를 직접 해보니 그 노력이 더욱 체감되었다. 나도 하루에 한 끼는 닭가슴살과 채소로만 먹지만 체지방을 줄이는 것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피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가벼워졌어도 그의 피부는 이전의 그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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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치같은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27. 23:55
그런 것들이 있다. 한 술 떠서 먹어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맛. 뭐 예를 들면, 냉장고 속 멸치볶음 같은 것. 뻔한 단어들로 구성된 칭찬, 위로, 감사. 뭐 이를테면, '축하해', '힘내', '고마워'. 반면에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 특제 소스를 넣은 매콤달콤 살벌하기까지한 대창쭈꾸미볶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싶은 현란한 말솜씨, 기막힌 글솜씨.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고, 현란한 말솜씨에 홀린듯 설득된다. 맛있어보이고 멋있어보여서 그것들을 좇아오면서 살았다. 집에서 직접 조미료도 듬뿍 넣어가며 자극적인 음식을 해보기도 하고, 화려한 표현들을 위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꽤 맛있었고, 꽤 화려했다. 하지만 조미료는 혀를 점점 무감각하게 했고, 화려한 표현들은 반복되면 더이상 화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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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입에 물고.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4. 00:11
꼭 치약을 짜고 나면 기발한 생각들이 번득인다. 손에 물도 묻었고, 이미 어금니를 치약으로 두어번 문지른 상태다. '이거 글로 쓰면 기가 막히겠는데?' 싶지만 경쾌한 잇솔질은 입안의 찌꺼기와 함께 아이디어도 닦아낸다. 이렇게 놓친 생각들만 해도 20개는 될 것이다. 그나마 양치는 양반이다. 샤워할 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어차피 샤워 후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흘려보낸 적이 많다. 유레카는 습관으로부터 기인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며 '유레카'를 외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목욕탕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때가 불은 상태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불린 때를 씻어내고, 온 김에 머리도 감고, 양치까지 하고 구운달걀까지 하나 먹고 나왔을 것 같다. 그리고는 ''아까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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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닭까지는 키워봐야 하지 않겠나.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3. 00:42
글이 쓰고 싶었다. 제작년에도, 작년에도 가끔가다 꼭 글을 쓰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순간들은 컴퓨터게임 속 영웅의 칼질 한번에, 임박한 시험기간의 압박에,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에 잊혀졌다. 우연히 혼자 남은 밤, 시간적 여유까지 따라준다면 그제서야 조금 끄적이곤 했는데, 아주 운좋게 살아남은 그 녀석들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자의적으로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의무적인 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꾸준함을 유지하기엔 재미가 없었다. 50여개의 배설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행동버섯의 내 카테고리인 '감성버섯 농장'에는 50여개의 글들이 쌓였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글들이 더 많다. 계획뿐인 글들도 많고, 쓰다가 졸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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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2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2. 00:43
미안함과 욕심 이 같이 살게 되면 그 사이에서는 조바심과 압박감이라는 쌍둥이가 자란다. 어쩔수가 없다. 그 쌍둥이가 나를 힘들게 하고, 가끔은 눈물도 나오게 한다. 하지만 때로는 부부가 있기에 자식들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존재로 부부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기도 한다. 쌍둥이가 느껴질 때마다 괴로워만 할게 아니라,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면 어떨까. 여전히 내가 부모님께 미안함을 느끼며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 동력원으로 전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긍정적 에너지가 생기니 그제서야 냉동실 안의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이 되면 어때" 가을에만 감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상님들은 애초에 곶감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나. 곶감 뿐인가. 장아찌,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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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0. 23:39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일은 가장 맛있을 시기에 사람들이 따간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렇다면 미처 선택받지 못한 과일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있는 힘껏 열매들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던 나무도 겨울이 오고, 제철이 지나면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엔 열매가 떨어지거나 썩는다. '나의 제철은 현재라는 생각' 이 들어서 조금 부담스럽고 슬퍼졌다. 예전에는 '졸업하고 나면 어디선가 나를 데려가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혼자만의 막연한 그 '생각'은 자신감의 형태로 둔갑하고 있었지만 대학교 정규 과정을 수료한 그 날 저녁, 몰래 짐을 챙겨 달아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조바심과 부담감이 새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흔히 졸업 후 6개월 내에는 취직을 해야한다는 통념이 있고, 나는 그 통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