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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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의 기록들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1. 6. 28. 23:55
요즘 밥이 참 맛있다. ‘요즘’이라는 단어를 생략해도 될 정도로 평소에도 잘 먹는 나지만, 기꺼이 생략하지 않음에는 좀 더 ‘깊은 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기에 가족끼리 다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꽤나 기념적인 행사였다. 사회복무요원 기간 동안 집에 머물기는 했지만 그 때는 누나가 타지에 있었다. 그래서 네 명이 완전히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거의 모든 끼니를 다 같이 먹었다. 특별한 의도로 그러한 것은 아니고, 시기가 맞물렸다. 솔직히 불편한 점도 많지만 언제 또 이런 시기가 올 수 있을까? 당장 8월이면 누나는 타지에서의 공무원 생활이 시작되어 밥상의 수저 하나가 줄어들 것이다. 밥상에 놓여지는 네 개의 수저가 함께 춤추는 저녁 6시 반.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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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는 밥이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28. 01:24
오만한 제목. '어디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라며 팔짱끼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극적인 제목이 1차적 경쟁력이 되는 이 시대에 '나름 배짱이 두둑한 놈이네' 정도의 시선으로 너그러이 봐주었으면 한다. 오늘의 글은 내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넌 어떻게 글을 잘 쓰니?'',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포스팅해주면 좋겠다.''라고 요청해서 쓰게 되었다. 얼굴이 많이 빨개진다. 제목만큼이나 오만한 글이 탄생할 것만 같아서 비밀글로 설정하고 싶은 심정이다. 원래는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해서 그 주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거절했었다. 그러나 그 요청은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나의 작은 부분이라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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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9. 23:16
많은 사람들이 부는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리니 어지럽고 불안하다. 하지만 갈대는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코 뽑히지 않는다. 내진설계는 어떠한가. 내진설계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내진구조'는 튼튼히 강직하게 짓는 것이다. 이 구조는 작은 충격에는 미동도 없지만 큰 충격을 버틸수 없는 구조이다. 오히려 큰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다른 방법인 '면진구조', '제진구조'이다. 이들은 강인함보다는 유연함을 택했다. 뽑히지 않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강인함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면 강인하지 못한 자신을 미워말자. 흔들릴수 있는 유연함을 갖춘 자신을 아껴주고 응원해주자. 뽑히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흔들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는 아니다. '나는 무너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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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생각하며 쓴 글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6. 00:12
나의 애인이 좋다. 첫 문장을 이렇게 망설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컴퓨터로 작성중이라 다행이지 연필로 썼으면 지우개똥이 벌써 한가득일 뻔 했다. 항상 글을 쓸 때면 메모장을 먼저 찾는다. 예전에 적어두었던 짧은 생각들을 조금 더 확장해서 글을 쓴다. 오늘도 무엇을 쓸지 쭉 살펴보다가 최근에 적어놓은 기록들이 대부분 나의 애인과의 대화 속에서 발췌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쓰려고 한다. 평소에는 거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애인'이라는 호칭으로 쓰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른 사람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 오히려 다른사람에게 굳이 다가가지 않았던 것 같다. 표면적인 대화만으로도 원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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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尙尙)은 현실을 바꾸고도 남는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5. 00:12
'오히려 상(尙)' 최근에 한국사 인강을 듣다가 알게 된 한자이다. 함께 알게 된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1. '금신전선 상유십이' 한자로 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들어본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말의 원본문장이다. 여기서 '상' 은 '오히려 상' 이라는 한자이다. 그래서 '신에게는 아직'이 아니라 '신에게는 오히려'라고 해석해야 더 정확하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아직'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조금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질 확률이 높지만 후회 없이 끝까지 해보려고 노력하는 의지 정도? 하지만 '오히려'라는 단어는 '해 볼만 한데?'의 느낌이 더 강하다. '아직'이라는 단어의 뒤에는 '곧', '조만간'이 따라온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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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내 거' (feat. 처진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28. 23:17
웃긴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세호씨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활동중인 예능인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표정이나 몸짓이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낸다. 통통한 생김새가 한 몫 하는 듯 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30kg 감량'으로 화제가 되었다. 올해 1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그는 체지방만 17.7kg를 감량하였고, 근육량은 유지했다고 한다. 30대의 마지막인데 이번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실로 대단하다. 식단관리를 직접 해보니 그 노력이 더욱 체감되었다. 나도 하루에 한 끼는 닭가슴살과 채소로만 먹지만 체지방을 줄이는 것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피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가벼워졌어도 그의 피부는 이전의 그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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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치같은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27. 23:55
그런 것들이 있다. 한 술 떠서 먹어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맛. 뭐 예를 들면, 냉장고 속 멸치볶음 같은 것. 뻔한 단어들로 구성된 칭찬, 위로, 감사. 뭐 이를테면, '축하해', '힘내', '고마워'. 반면에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 특제 소스를 넣은 매콤달콤 살벌하기까지한 대창쭈꾸미볶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싶은 현란한 말솜씨, 기막힌 글솜씨.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고, 현란한 말솜씨에 홀린듯 설득된다. 맛있어보이고 멋있어보여서 그것들을 좇아오면서 살았다. 집에서 직접 조미료도 듬뿍 넣어가며 자극적인 음식을 해보기도 하고, 화려한 표현들을 위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꽤 맛있었고, 꽤 화려했다. 하지만 조미료는 혀를 점점 무감각하게 했고, 화려한 표현들은 반복되면 더이상 화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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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입에 물고.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4. 00:11
꼭 치약을 짜고 나면 기발한 생각들이 번득인다. 손에 물도 묻었고, 이미 어금니를 치약으로 두어번 문지른 상태다. '이거 글로 쓰면 기가 막히겠는데?' 싶지만 경쾌한 잇솔질은 입안의 찌꺼기와 함께 아이디어도 닦아낸다. 이렇게 놓친 생각들만 해도 20개는 될 것이다. 그나마 양치는 양반이다. 샤워할 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어차피 샤워 후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흘려보낸 적이 많다. 유레카는 습관으로부터 기인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며 '유레카'를 외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목욕탕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때가 불은 상태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불린 때를 씻어내고, 온 김에 머리도 감고, 양치까지 하고 구운달걀까지 하나 먹고 나왔을 것 같다. 그리고는 ''아까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