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尙尙)은 현실을 바꾸고도 남는다.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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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尙尙)은 현실을 바꾸고도 남는다.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5. 00:12

     

     

     

      '오히려 상(尙)'

     

      최근에 한국사 인강을 듣다가 알게 된 한자이다. 함께 알게 된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1. '금신전선 상유십이'

     

      한자로 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들어본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말의 원본문장이다. 여기서 '상' 은 '오히려 상' 이라는 한자이다. 그래서 '신에게는 아직'이 아니라 '신에게는 오히려'라고 해석해야 더 정확하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아직'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조금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질 확률이 높지만 후회 없이 끝까지 해보려고 노력하는 의지 정도? 하지만 '오히려'라는 단어는 '해 볼만 한데?'의 느낌이 더 강하다.

     

      '아직'이라는 단어의 뒤에는 '곧', '조만간'이 따라온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질타받지 않고 '나는 할 만큼 했어'라는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함은 아닐까.

      반면에 '오히려'의 뒤에는 창의적인 방법이 따라온다. 실제로 문제를 관통하는 해결책 말이다. 이순신장군은 자신이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을 아껴서 정말 '해결'하는 데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몰두하다보니 실제로 '할 만 하다'라고 판단했고, 그 결과 '오히려 상'이라는 기가 막힌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턱걸이가 떠올랐다.

     

      요즘 3일에 한번씩 턱걸이에 도전한다. 말이 턱걸이지 사실은 10초 매달려서 있는 것도 이를 악 물어야 한다. 매달려 있는 것, 버티는 것조차 어렵다보니 몸을 들어올린다는 것은 속으로 포기했던 것 같다. 앞선 글에서 내 체중이 97kg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몸이 무겁다보니 턱걸이는 당연히 힘든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래서 버티는 시간만 조금씩 늘려볼 뿐 몸을 들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0초를 버텼으니 오히려 올라가볼만 하지 않겠나'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멋있는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정도의 동기부여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핑계를 대며 다음주에도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오히려'라는 말을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슴 속에 강하게 간직 하겠다.

     

      2. 이육사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 이육사 <꽃,> 중에서... -

     

      두 번째 소개할 글은 이육사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꽃'이라는 시다. 여기서도 '오히려'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이순신의 '상'이 나의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육사의 '오히려'는 내가 알고 있는 위로와 격려의 말 중에 으뜸이었다. 이 시에 대한 감상은 이정도만 표현하고 싶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시를 반복해서 음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기 때문이다.

     

      '상상'도 필요 없다. '상'만으로 충분하다.

     

      오늘은 두 이야기를 통해 두 번의 '상'을 이야기했다.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라는 말을 정말 진심으로 써볼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이순신장군처럼 멋지게 '금신전선 상유십이!' 하긴 힘들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에도 언급했듯 마음속에 강하게 간직하는 것. 그리고 평소에 오히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 생각 자체가 나의 말을 따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그럴때면 가끔 행복회로를 돌리며 상상을 한다. 달콤하고 찰나의 위로를 얻지만 결국 현실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상상보다 쉬운 '상'은 어떤가. '오히려'는 오히려 현실을 바꾸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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