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을 생각하며 쓴 글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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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인을 생각하며 쓴 글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6. 00:12

     

      나의 애인이 좋다.

     

      첫 문장을 이렇게 망설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컴퓨터로 작성중이라 다행이지 연필로 썼으면 지우개똥이 벌써 한가득일 뻔 했다.

     

      항상 글을 쓸 때면 메모장을 먼저 찾는다. 예전에 적어두었던 짧은 생각들을 조금 더 확장해서 글을 쓴다. 오늘도 무엇을 쓸지 쭉 살펴보다가 최근에 적어놓은 기록들이 대부분 나의 애인과의 대화 속에서 발췌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쓰려고 한다. 평소에는 거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애인'이라는 호칭으로 쓰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른 사람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 오히려 다른사람에게 굳이 다가가지 않았던 것 같다. 표면적인 대화만으로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어느정도는 유지하기 쉬웠다.

      그런데 작년 봄에 대외활동을 하다가 궁금한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인생영화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생긴 것이 오랜만이라서 스스로 신기했다. 그 이후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점점 몸과 마음이 그녀에게로 향했고, 남들처럼 썸도 좀 타고 데이트도 하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 뒤로 시간은 제 시간만큼의 역할을 다하여 충실히 흘렀고, 어느새 500일이 지났다. 남자의 애정은 초반에 정점을 찍고 쭉 내려가고, 여자는 반대의 그래프라는 말이 있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말같지도 않은 말이다. 하지만 연애 초반에 '과연 나는 저 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며칠 전, 함께 노래를 들으며 그녀의 눈을 보다가 눈물이 흘렀다. 나는 점점 더 그녀가 좋은가보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어떤 점이 좋아?''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들이 더 많이 보인다. 하지만 좋은 점들 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도 보인다. 그녀도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점만 가질 수 없다. 좋은 '점'만으로는 '면'을 채울 수 없다. 부족한 '점'까지 그녀의 점임을 받아들이니까 '이런 면도 있구나', '저런 면도 있었네?' 싶고, 더 사랑스럽다.

      

      그래서 대답한다. ''면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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