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는 밥이다.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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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짓기는 밥이다.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28. 01:24

     

     

    오만한 제목.

     

      '어디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라며 팔짱끼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극적인 제목이 1차적 경쟁력이 되는 이 시대에 '나름 배짱이 두둑한 놈이네' 정도의 시선으로 너그러이 봐주었으면 한다. 

     

      오늘의 글은 내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넌 어떻게 글을 잘 쓰니?'',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포스팅해주면 좋겠다.''라고 요청해서 쓰게 되었다. 얼굴이 많이 빨개진다. 제목만큼이나 오만한 글이 탄생할 것만 같아서 비밀글로 설정하고 싶은 심정이다. 원래는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해서 그 주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거절했었다. 그러나 그 요청은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나의 작은 부분이라도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과정이 나의 글쓰기를 중간점검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 했다.

      이왕에 하기로 한거 겸손을 방패삼아 숨지만 말고 나를 드러내보자.

      에라 모르겠다. 글쓰기는 밥이다!



      글짓기와 밥짓기  

     

      생각해보면 글과 밥은 유사한 면이 있다.

    어떤 재료로, 어떤 방법으로 쓰느냐에 따라 종류도 맛도 다르다. 에세이의 꼬들꼬들함은 냄비밥에 못지 않고, 시의 풍미는 가마솥밥의 구수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소설은 어떤가. 연잎밥과 죽통밥만큼이나 창의적이다.

    밥은 누구나 지을 수 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아궁이에 불 지필 땔감 구하는 것 부터가 일이었지만 지금은 버튼 하나면 맛있는 밥이 완성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지금처럼 문맹률이 낮은 시절이 있었는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는 글쓰기 참 좋은 시대에 살고있다.


    두려움


    글쓰기 참 좋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작문에 대한 두려움은 만연해있고, 나도 매우 공감한다.
    일단,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들의 글이 멋져서 조금 끄적여보았는데, 비교되고 초라해서 포기하곤 했었다. 결과물을 비교하여 동기부여로 삼을 자신이 없다면 그냥 비교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차라리 이전에 쓴 나의 글들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이전의 쓴 나의 미숙한 글들은 나의 자산이다. 이왕이면 '부끄러운 예전 글들'이라고 하지 말고 '습작'이라고 해두자. 습작들이 쌓이면 나의 글쓰기 특징들이 보이고, 발전한 나의 실력도 보인다. 그러면 두려움이 조금씩 흥미로, 흥미가 자신감으로 바뀔 것이다.


    글의 주인


    이것은 최근에 느낀 것인데, 누가 내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보통 즐거운 게 아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반드시 주의해야할 점은 주객전도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방학숙제 일기를 밀려서 쓸 때의 기분을 혹시 아는가. 즐거울 리가 없다. 꾸역꾸역 분량만 채우다가 거짓으로 지어서 쓰기도 한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은 방학숙제를 검사하는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글쓰기의 주인은 나다. 그래야 즐겁다.


    마음 내키는 대로 써나가는 천방지축이라서 실질적인 글 잘쓰는 법에 대한 자세한 스킬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글쓰기는 밥이다.' 라고 한번이라도 중얼거리며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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