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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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닭까지는 키워봐야 하지 않겠나.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3. 00:42
글이 쓰고 싶었다. 제작년에도, 작년에도 가끔가다 꼭 글을 쓰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순간들은 컴퓨터게임 속 영웅의 칼질 한번에, 임박한 시험기간의 압박에,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에 잊혀졌다. 우연히 혼자 남은 밤, 시간적 여유까지 따라준다면 그제서야 조금 끄적이곤 했는데, 아주 운좋게 살아남은 그 녀석들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자의적으로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의무적인 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꾸준함을 유지하기엔 재미가 없었다. 50여개의 배설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행동버섯의 내 카테고리인 '감성버섯 농장'에는 50여개의 글들이 쌓였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글들이 더 많다. 계획뿐인 글들도 많고, 쓰다가 졸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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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2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2. 00:43
미안함과 욕심 이 같이 살게 되면 그 사이에서는 조바심과 압박감이라는 쌍둥이가 자란다. 어쩔수가 없다. 그 쌍둥이가 나를 힘들게 하고, 가끔은 눈물도 나오게 한다. 하지만 때로는 부부가 있기에 자식들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존재로 부부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기도 한다. 쌍둥이가 느껴질 때마다 괴로워만 할게 아니라,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면 어떨까. 여전히 내가 부모님께 미안함을 느끼며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 동력원으로 전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긍정적 에너지가 생기니 그제서야 냉동실 안의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이 되면 어때" 가을에만 감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상님들은 애초에 곶감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나. 곶감 뿐인가. 장아찌,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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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0. 23:39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일은 가장 맛있을 시기에 사람들이 따간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렇다면 미처 선택받지 못한 과일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있는 힘껏 열매들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던 나무도 겨울이 오고, 제철이 지나면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엔 열매가 떨어지거나 썩는다. '나의 제철은 현재라는 생각' 이 들어서 조금 부담스럽고 슬퍼졌다. 예전에는 '졸업하고 나면 어디선가 나를 데려가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혼자만의 막연한 그 '생각'은 자신감의 형태로 둔갑하고 있었지만 대학교 정규 과정을 수료한 그 날 저녁, 몰래 짐을 챙겨 달아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조바심과 부담감이 새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흔히 졸업 후 6개월 내에는 취직을 해야한다는 통념이 있고, 나는 그 통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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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wer'가 되고 싶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9. 23:13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보는 너만의 특별한 시야가 확실히 있어" 라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5년의 시간 속에서 타인과 다른 나만의 독창성을 이끌어내고, 공유하고, 인정받는 경험은 항상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통통 튀기를 좋아하는 것이 꽤나 관종이었다. '관종(관심종자)' 기본적으로 좋은 어감은 아니다.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관종은 나를 어필하는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했듯 1)나만의 독창성 2)공유 3)타인의 인정 이 세 가지의 결과로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중에 내 관심사의 90%정도는 '인정'에 있었다. 1, 2번이 핵심 가치인 사람은 스스로에게서 3번을 채워나간다.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3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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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살의 묘미(feat. 닭가슴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9. 00:17
두자리수는 지겨웠나보다. 나의 체중은 어느새 세자리수를 향해 달아나려고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눈치챈, 어쩌면 알고도 눈 감아주던 나는 얼마전 인바디검사를 통해 99kg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의 몸무게는 꽤 오랬동안 90kg였는데 순식간에 9kg가 늘어나버린 것이 믿기지 않았다. 100에서 1 모자란 99라는 숫자는 스스로에게 꽤나 충격이었나보다. 한창 운동할 때도 하지 않던 식단관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닭가슴살. 단백질 함량은 100g 당 31g정도 되고, 가격도 1kg에 5,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몸 좀 만든다는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도시락통에 가져다니면서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기에 으레 '닭가슴살을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