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도서관 사석화에 대한 생각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학교 도서관 사석화에 대한 생각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일상 2018. 10. 17. 14:32



    빨간 단풍이 드는 낭만적인 가을임과 동시에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겐 시험을 코앞에 둔 수요일입니다.


    이에 부응하듯 위의 사진처럼 도서관의 잔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후 1시에 캡쳐한 것이지만 사실 오전 9시면 이미

    세 개의 열람실 모두 잔여석은 0이 되버립니다.


    누군가는 이 사진을 보고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열심'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어두운 면들이 자주 보이는 듯 합니다.


    '도서관 사석화'


    평소에는 도서관에 사람이 붐비지 않기에 잠깐 숨어있다가

    시험기간이라고 하는 2~3주정도의 기간이 되면 나타나는

    도깨비같은 녀석입니다.



    잔여석이 0이었던 시스템상의 기록과는 달리

    실제로는 빈자리, 책만 올려져 있는 자리들이 대부분입니다.

    (더 넓은 범위가 나온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초상권의 문제로 좁은 구역만 찍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경희대학교만의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도서관 사석화,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의 사례를 통해서 말씀드리자면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은


    1) 좌석 예약, 발권확정제 

    어디서든지 도서관 자리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예약 후 15분 안에 도서관에 들어와서 

    도서관내 WIFI 인증을 통해 발권확정을 해야합니다.


    2) 연장제

    한번 예약 시 4시간 예약을 기본으로 하며

    사용종료 60분 전부터 4시간 단위로 연장할 수 있고

    하루 4번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 정도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나름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치 백신을 개발하면 바이러스도 다시 교묘하게 발전하듯

    예약제 덕분에 주인없는 책이 쌓인 자리들을 보지는 않게 되었지만.

    정당성이 부여된 빈 자리들은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가지로 나눠보았습니다.


    1. 시스템적 문제

    2. 개인의 도덕성


    사실 저도 시험기간에는 '일단 내가 공부를 하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앞장서서 '주인없는 자리'를 양산했던 사람중에 한명입니다.

    이번 시험기간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깊은 불신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자리에 없더라도 예약해놓고 연장, 연장, 연장하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내 경험 속의 도서관은 항상 잔여석이 0이었기에

    보다 비효율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부해야 했습니다.

    이에 다른 학우들과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깨져갔고


    이것이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피해 입지 않는 선에서' 누군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범답안처럼 갖고 나타나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2번, 개인의 도덕성만을 문제라고 하기에는 개인이 가져야 할 리스크를

    누가 보상해준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1번, 시스템의 문제라고만 하기에도

    1인 1석이 충족되는 여건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모두가 만족할만한 시스템을 고안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학내에서 시험기간에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청년들의 취업난과도 오버랩되었습니다.




    '도전정신 없고, 할거 없어서 공무원이나 준비하려고 하는'

    '현재의 취업난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당장 자신의 밥벌이에 급급한'

    '하지만 그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는 힘든 안타까운'

    청년들의 모습의 축소판이 바로 이 

    도서관 사석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도서관 사석화에 대한 깔끔한 해결책을 내지는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석화, 더 나아가서 청년들의 현 상황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한번이라도 더 의식적으로 고민해보는 것이 반복되면

    아주 느리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그 시작의 의미로 지금시간부터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발을 떼고, 도서관을 이용할 때만

    좌석을 발권받아서 이용하려고 합니다.

    아마 당장 잔여석이 0인 것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 뻔하지만

    이것이 작은 스노우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추가적으로 John mayerstop this train이라는 곡이

    이 포스팅과 관련해서 떠올라서 추천드립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