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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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2. 23:50
아실 지 모르겠다. '딸랑무'는 '총각무'의 강원도 방언이다. 춘천사람이라서 어릴때부터 듣던 말이기에 '총각무'보다는 이 제목에 더 정이 갔다. 두 달 전쯤 우리 집에는 딸랑무 사태가 났다. 어머니께서 인심좋게 딸랑무김치를 많이 담그셨는데 공교롭게도 작은이모께서 딸랑무김치를 큰 통 가득 주시고, 앞 집 사는 할머니께서도 딸랑무김치를 주셨다. 11월이 제철이긴 한가보다. 나는 덜 익은 배추김치를 좋아한다. 스테이크 6단계 중 생고기나 다를 바 없는 블루레어 단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풋내 날 정도의 아삭한 김치도 좋다. 그런 것은 칼국수 먹을 때 곁들이면 기가 막힌다. 딸랑무김치도 배추김치와 같을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이건 좀 익어야 해" 라고 하셨지만 얼른 먹어보자고 보챘고, 마지못해 한접시 내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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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구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1. 23:21
새해다. '고생했어' 보다는 '잘 좀 하지' 라는 마음이 더 드는 연말이었다. 낯설지 않은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스터디카페를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괜스레 울적해졌다. TV 속 시상식 끝무렵에 신동엽씨의 재치있는 진행과 함께 우리가족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사실 그거 뭣하러 하냐고 세안이나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셋, 둘, 하나, 우리가족 화이팅!!!!" 어머니 아버지와 손을 마주잡고 있다가 위로 들어올렸다. 아버지는 머쓱한듯 껄껄 웃으셨고, 나는 얼른 세안을 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취준생이라는게 참 쉽지는 않다. 벌써 꽤 오랜 기간을 취준생으로 지낸다. 그러다보니 사고의 과정이 부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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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마워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10. 13. 23:46
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김성호 쉽지 않았을 거다 꾸역꾸역 삼켜낸 하루의 힘듦을 입 밖으로 다시 토해내는 것 썩기보단 곪아버린 토사물의 모습에 나도 처음에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너는 부끄러움보다 힘듦이 더 무거웠나보다 오늘도 기꺼이 힘들다고 말해주는 너의 용기에 그제서야 네가 보인다 마음 같아선 너의 토사물에 귀를 기울이고 너의 토사물에 손을 담그고 너의 토사물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싶지만 그저 등 두드려 주고 다 게워내면 따뜻한 물 한잔 떠다줄게 힘들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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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은 달걀 후라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10. 1. 23:18
우울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언제 어떻게 올 지 몰라 대처가 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올 수 도 있고 기분 좋은 하루의 끝에 찾아올 수도 있다 우연한 말 한마디의 무게에 짓눌릴수도 작은 기억 하나의 슬픔에 방향을 잃을수도 있다 먹구름이 덮인건지 해가 저문건지 어둑어둑해진 나의 마음은 결국 낮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밤이 너무 어두워서 그냥 불을 끄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는 아무렇지 않게 달걀후라이를 해 먹을 것이다 오늘 밤에 달이 뜨지 않았다는 것을 잊을만큼 예쁜 노른자가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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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연대기2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3. 31. 23:47
앞선 글에서 '글감'에 대한 고민과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맛있게' 라는 키워드를 언급했었다. 무엇을 먹을 지 떠올리는 과정. 먹잇감을 떠올리는 기작을 살펴보면 1) 배고프거나 출출함을 인지 2) 맛있게 먹었던 것들을 떠올림 3) 경제적, 시간적, 건강 상황 등을 종합하여 최종 결정 위와 같다. 참 습관화되어있어서 1초면 딱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글감을 떠올리는 것을 위 과정에 대입해보자. 1) 글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2) ( ) 3) 최종 결정 3번 괄호의 경우 심지어 음식과는 다르게 상황이나 조건들을 살필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1,2번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중에 2번을 비워두었는데, 어떤 과정일지 생각해보았다. 음식의 경우 나에게는 맛의 연대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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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연대기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3. 30. 01:06
잠시 글쓰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써본다. 지난 24일, 이전처럼 글을 쓰려고 핸드폰을 켰지만 무엇에 관하여 쓸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자기착취, 연애, 미래계획 등 몇가지 키워드는 떠올랐지만 선뜻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잠에 들어 버렸고, 그것은 어제까지 반복되었다. 그런데 오늘 친구가 '너 글 좋았었는데 요즘 안 보여서 아쉽다'고 했다. 솔직히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정성들여 쓴 글들은 아니었기에 '좋았다'는 말에 양심이 찔리기도 했지만 그 부끄러움 보다는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잡혔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 데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참 많다. 졸려움, 귀찮음, 바쁨을 빙자한 게으름, 유튜브, 폰게임 등이 바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것들 말고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