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한국 파티를 주최하면서 느낀 점.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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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에서 한국 파티를 주최하면서 느낀 점.
    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핀란드 오울루 대학 교환학생 2019. 4. 26. 19:47

    대망의 23일 화요일 7시에 핀란드 오울루에서 한국 파티를 주최했다.

     

    https://www.facebook.com/events/2051495604979824/

     

    대충 70명 정도가 반응한 것 같다. 당일 거의 11시부터 모여서 요리를 했다. 몇 명이 올 것 인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필자의 친구 중 20명 정도가 온다고 했다. 50명은 넘게 올 것 같아 재미있자고 기획한 파티에 일이 커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아, 일단 돈도 아주 넉넉하게 있고, 굶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음식을 남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최대한 넉넉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메뉴는 치킨, 불고기, 떡볶이, 김밥, 호박전, 만두 정도였다. 역시 조만간 마스터 셰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략 음식 준비만 7시간을 넘게 한 것 같다. 50인분 정도는 준비를 하려고 했다. 기름 냄새가 정말 독했다.

     

    실제로 한 50명 정도가 온 것 같다. 아주 성공적인 파티였다. 다들 정말 맛있게 먹었고, 고맙다고 했다. 몇 가지 느낀 점들, 그리고 혹시 파티를 주최한다면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0. 뭐든 일단 질러보자.

     

    이러한 아이디어를 대체 어디에서 얻었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았다. 사실 별것 없다. 그냥 일본, 중국 관련한 행사를 학교에서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대사관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일단 질러봤다.

     

    학교에서 다른 본인 국가 관련한 파티를 하는데, 우리도 혹시 한국 관련한 파티를 할 수 없을까요?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시면 저희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다. 그래서 400€ 상당의 지원을 받았고, 성공적으로 파티를 주최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오신 분들 역시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1. 초밥은 참 대단하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김밥 역시 만들었다. 분명히 표지판까지 해서 김밥이라고 써놨건만, 그리고 이게 KOREAN PARTY 인 것을 모두 알고 있겠만, 모두가 김밥을 보고 초밥이라고 했다. 김밥은 처음 보고 일식집은 세계 어디를 가도 있으니 초밥이라고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 국가를 알림에 있어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한국음식은 확실히 중식, 일식에 비해서는 훨씬 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한국인들은 외국 나가서 일식집 차린다고 한다. 뭐 사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미지가 참 중요하다. 일식이 장사가 더 잘되니 충분히 그러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표는 한국을 알리는 것이니 열심히 이건 초밥 아니고 김밥이라고 전했다. 설명하면서도 사실 김밥이랑 초밥이 뭐가 다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다음에는 그래도 몇 명 정도는 초밥 말고 김밥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를 바란다.

     

    2. 강남스타일은 더 대단하다.

     

    한국음식은 몰라도, K POP은 몰라도 강남스타일은 진짜 전부 다 알더라. 강남스타일만 나오면 나를 찾는 친구들 때문에 창피하긴 한데 그래도 아무 정보도 없는 것보다는 강남스타일이라도 알고 있어서 참 다행이긴 하다.

     

    3. 비건 음식, 베지테리언 음식, 글루텐 프리 음식을 준비하고, 잘 설명하자.

     

    이 점이 사실은 큰 깨달음이다. 당연히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등의 다양한 친구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나는 최대한 육식을 줄이는 것을 지향하되,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땐 육식을 하는 플렉시 테리언이다. 그래서 아보카도 김밥을 준비했고, 베지테리언용 만두도 준비했다. 

     

    그런데 정신이 없어서 아보카도 김밥은 조금 늦게 나왔고, 만두는 따로 성분 표시를 신경 쓰지 못했다. 나는 그냥 Meat free라고 쓰여있으면 좋다구나 하고 먹었을 텐데, 이슬람교도의 경우 정말 꼼꼼하게 체크한 이후에야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음식 뒤에 나와 있는 성분 분석표(?)를 요구했다. 그리고 종교관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 때문에 아주 강력하게 비건 음식 만을 먹는 친구도 생각보다 많았다. 

     

    핀란드에서 파티를 열 것이라면 음식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또한 그 다양함을 잘 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

     

    4. 매운 음식 역시 표시하자. 그리고 한국인의 기준은 남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자 역시 매운 음식 못 먹는다. 엽떡은 상상도 못 하고, 불닭볶음면 역시 먹으면 배 아프다. 그러나 필자 역시 한국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먹을만하다 생각했던 떡볶이는 이 친구들에게는 상당히 매운 음식이었다. 그리고 호박전을 장식하기 위해 넣은 홍고추가 그렇게 맵게 느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만두는 아예 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매운맛이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매운 음식은 맵다고 공지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약간이라도 매운맛이 있으면 그건 누군가에겐 매워서 먹기 힘든 맛이 될 수 있다.

     

    5. 파티라고 하면 다들 늦게 온다.

     

    7시에 오라고 했는데, 7시 반이 되도록 온 사람은 10명 내외였다. 진심으로 망했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매우 안 좋았는데 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다. 7시 45분 정도부터 사람이 오기 시작하더니, 8시가 넘어서야 사람이 바글바글 해졌다.

     

    나중에 친구하고 이야기를 해보니, 일부로 늦게 갔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파티에 제시간에 참가하는 것은 심지어 무례할 수 있다고 한다. 본인이 파티를 열었는데 제시간에 맞춰서 사람들이 온다면 굉장히 당황할 것이라고 했다. 굉장히 다른 문화였다. 덕분에 음식은 다 식었다.

     

    6. 파티는 술 먹는 곳이다.

     

    다들 대부분 밥을 먹고 왔다. 그래서 50인분을 준비해서 50명 정도가 왔는데, 음식은 정말 많이 남았다. 음식을 먹는 게 주된 행사라고 분명히 공지를 했는데, 다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술을 먹는데 간단하게 맛보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한 조각 정도만 맛을 보고 말았다.

     

    만약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할 생각이라면 밥을 줄 것이라고 공지하고, 꼭꼭 꼭 제시간에 맞춰 오라고 공지를 하거나 음식을 천천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고 재미있던 행사였다. 그냥 한국음식을 조금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나아가 한국음식을 알릴 수 있어 좋았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기획해 보면 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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