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버섯 (도,度)의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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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한다는 것열정버섯 (도,度)의 농장/짧은 생각 2022. 7. 7. 01:56
귀가 두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에 대한 잘 알려진 격언이 하나 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 격언을 지나치게 잘 지키고 있다. 부끄럽지만 한 때 나의 특기를 경청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특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저 입을 열지 못해 귀라도 쫑긋 세우고 있던 것이다. 사실 많은 순간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본인의 모습에 실망했다. 말하기에 재능이 없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청자가 지루해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말을 더듬거나 빨리하거나 하려던 말을 잘 못하게 된다. 대화가 좋다. 진지하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네 삶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도 좋아한다. 나는 옛날 유퀴즈 온 더 블럭을 참 좋아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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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화, 그리고 짧은 글열정버섯 (도,度)의 농장/짧은 생각 2022. 7. 6. 02:04
병원에 다녀왔다. 아주 오랜만에 방문하는 병원이다. 나 :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 (눈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이네 영도? 나 : (같이 눈웃음을 지으며) 어, 절 기억하시네요.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의사 선생님: 어머나~ 날 기억해주다니 참 감사하네~ 짧은 안부를 더 나누고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나는 선생님의 수많은 환자들 중 한명이다. 선생님 본인 역시 나의 많은 의사 선생님들 중 한 명이라 생각했으리. 하지만 서로를 기억한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그것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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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내 모습을 살며시 내비치며열정버섯 (도,度)의 농장/다짐 2022. 7. 2. 23:53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어지러운 잔해들로만 가득하다. 내 집이 있던 곳을 모르겠다. 나의 소중한 물건들은 어디론가 흩뿌려지고 망가져 버렸다. 올해는 유독 힘든 일이 많았다. 힘든 일이 있어 괴로울 때마다 고작 이딴 일로 괴로워하는 건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버텨왔다.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폭풍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나의 마음이 절벽 끝까지 밀쳐졌을 때 가까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내 잘못만이 아님을 깨닫자 이내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을 쏟았다. 그간 쌓였던 상처의 아픔이 느껴졌던 걸까, 자신의 상처를 올바르게 돌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한 가지 신념이 있었다. 모든 힘듦과 아픔을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