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한다는 것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말을 잘한다는 것
    열정버섯 (도,度)의 농장/짧은 생각 2022. 7. 7. 01:56

    귀가 두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에 대한 잘 알려진 격언이 하나 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 격언을 지나치게 잘 지키고 있다. 부끄럽지만 한 때 나의 특기를 경청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특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저 입을 열지 못해 귀라도 쫑긋 세우고 있던 것이다. 사실 많은 순간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본인의 모습에 실망했다. 말하기에 재능이 없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청자가 지루해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말을 더듬거나 빨리하거나 하려던 말을 잘 못하게 된다.

     

    대화가 좋다. 진지하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네 삶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도 좋아한다. 나는 옛날 유퀴즈 온 더 블럭을 참 좋아한다. 일반인의 삶을 조명하고 사람 냄새 가득 했던, 소소한 웃음이 지속되고 많은 순간이 아련했던 이 프로가 참 좋다. 지금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게스트로 많이 나오지만 코로나가 삶을 지배하기 전에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소시민과의 대화가 프로그램의 주된 컨텐츠였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얘기하시는 모습들이 참 매력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고궁 산책로 근처에 쭈꾸미집을 하시던 여사장님이 나오는 에피소드인데 정말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방송을 찍으신다고 핑크빛 앞치마로 바꾸셨던 모습이 참 귀여우셨다. 푸근하셨고 우아하셨다. 사람을 배려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말하기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들 얘기를 하시며 눈물을 흘리실 때 같이 울었다. 노래를 하시고 춤을 추실 때, 일상을 얘기하실 때 미소를 지었다. 

     

    다시 봐도 참 고우시다

     

    좋은 말하기는 솔직함에서 시작됨을 알았다. 여기 나오셨던 일반인분들은 말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화려한 언변은 없었다. 말을 더듬기도 하시고 했던 말을 또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꾸밈과 가식은 없다. 감정이 있고 건조하지 않은 말은 사람을 금새 홀린다.

     

    말하기에 자신이 없던 것이 아니라 솔직한 나의 모습이 자신 없었던 것 같다. 예쁜 말을 생각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매 순간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내는 사고의 유연함이 부족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부끄럽지 않은 내면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갑자기 노출되어도 그것이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일기를 쓰는 게 좋겠다.  오늘 어떤 감정이 나와 함께 했는지 기록해야겠다.

    '열정버섯 (도,度)의 농장 > 짧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받아들여야 하는 것 - 1  (3) 2022.07.29
    주름진 마음  (0) 2022.07.18
    아쉽다는 건 좋은거다.  (0) 2022.07.16
    작은 디딤돌  (2) 2022.07.09
    짧은 대화, 그리고 짧은 글  (2) 2022.07.06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