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내 모습을 살며시 내비치며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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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트러진 내 모습을 살며시 내비치며
    열정버섯 (도,度)의 농장/다짐 2022. 7. 2. 23:53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어지러운 잔해들로만 가득하다.

     

    내 집이 있던 곳을 모르겠다. 나의 소중한 물건들은 어디론가 흩뿌려지고 망가져 버렸다. 올해는 유독 힘든 일이 많았다. 힘든 일이 있어 괴로울 때마다 고작 이딴 일로 괴로워하는 건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버텨왔다.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폭풍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나의 마음이 절벽 끝까지 밀쳐졌을 때 가까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내 잘못만이 아님을 깨닫자 이내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을 쏟았다. 그간 쌓였던 상처의 아픔이 느껴졌던 걸까, 자신의 상처를 올바르게 돌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한 가지 신념이 있었다. 모든 힘듦과 아픔을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내는 것이 어른이라고 여겨왔다. 모든 시련과 고난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더구나 나의 주변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많이 힘들었기에 나는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힘들지만 나의 상처를 관찰하기로 했다. 보기 흉하지만 어떤 상처인지 알아야 했고 쓰리지만 알맞은 약을 발랐다. 


    흐트러졌었고 여전히 회복하는 중이다.

    내 집을 찾아야 한다. 소중했던 물건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것을 찾아야 한다. 
    내 집은 곧 나이며 소중한 물건은 올곧은 생각과 올바른 가치관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글을 써야 한다. 나를 찾아야 한다.
    훌륭한 사람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멋있고 훌륭한 어른이, 사람이 되기 위해

    삶이 나를 주도하지 않게, 내가 삶을 주도하기 위해 글을 쓴다.

     

    혼자만의 일기가 아닌 공개된 공간에 글을 적는 것은 느낌과 마음가짐이 다르다.

    수필을 쓸 것이고 많은 생각의 시행착오들이 글에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흐트러진 내 모습을 살며시 내비친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성장하고 싶다. 성장하기 위해 글을 쓸 것이고 나의 생각을 공유할 것이다. 자신을 찾기 위한 수없이 많은 고뇌와 우연히 찾아온 건강한 피드백과 격려, 위로, 공감들이 진정한 나를 찾게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얼마전 우연히 접한 크리스토퍼 로그의 시가 있다.

     

    Come to the edge.
    We might fall.
    Come to the edge.
    It's too high!
    Come to the edge.
    And they came,
    and he pushed,
    and they flew.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떨어질거에요."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너무 높아요!."
    "절벽 끝으로 오라"
    그래서 나는 갔고,
    그는 나를 밀었다.
    나는 날아올랐다.

    절벽 끝에 서봤던 사람만이 날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폭풍이 지나가고 난 이곳에 열정만이 남아있다.

     

    임파서블 이즈 낫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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