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버섯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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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는 밥이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28. 01:24
오만한 제목. '어디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라며 팔짱끼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극적인 제목이 1차적 경쟁력이 되는 이 시대에 '나름 배짱이 두둑한 놈이네' 정도의 시선으로 너그러이 봐주었으면 한다. 오늘의 글은 내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넌 어떻게 글을 잘 쓰니?'',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포스팅해주면 좋겠다.''라고 요청해서 쓰게 되었다. 얼굴이 많이 빨개진다. 제목만큼이나 오만한 글이 탄생할 것만 같아서 비밀글로 설정하고 싶은 심정이다. 원래는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해서 그 주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거절했었다. 그러나 그 요청은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나의 작은 부분이라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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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또 미루는 나를 볼 때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10. 21. 16:15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경험한다. 1. 해야 할 일이 있다. 2. 하기 싫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어렵다, 너무 기계적인 일이다, 너무 잘하고 싶다.) 3. 미룬다. (유튜브를 보거나, 해야 할 일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행위를 한다.) 4. 본인을 깎아먹는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5. 더 하기 싫다. 6. 더 미룬다. 참 많이 경험하는 프로세스다. 나름대로 자기 할 일을 책임져서 잘하고, 주위에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보이는 나지만, 여전히 미룬다. 미루고, 나를 너무도 한심하게 쳐다본다.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보면서도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 생각해보자. 일단 나만 이런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다. 그 불완전한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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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마워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0. 10. 13. 23:46
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김성호 쉽지 않았을 거다 꾸역꾸역 삼켜낸 하루의 힘듦을 입 밖으로 다시 토해내는 것 썩기보단 곪아버린 토사물의 모습에 나도 처음에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너는 부끄러움보다 힘듦이 더 무거웠나보다 오늘도 기꺼이 힘들다고 말해주는 너의 용기에 그제서야 네가 보인다 마음 같아선 너의 토사물에 귀를 기울이고 너의 토사물에 손을 담그고 너의 토사물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싶지만 그저 등 두드려 주고 다 게워내면 따뜻한 물 한잔 떠다줄게 힘들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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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열역학 2법칙 때문이다.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10. 13. 23:19
공대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체크남방, 두꺼운 안경, 두꺼운 전공책과 꾀죄죄한 몰골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며 저희들끼리만 재미있고, 상대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 한국에 공대생은 다른 나라에서 공대생을 대접하는 것에 비해 그다지 리스펙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의 공대생들은 자신의 Nerdy함을 최대한 숨기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실 4년동안 공학적으로 생각하고, 공학적으로 공부하고, 공학적으로 시험을 보고난 공대생은 자연스럽게 공학적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공대생이다.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집단은 공우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우수센터라는 정말 공돌이 중에 공돌이를 모아놓은 집단이다. 이 집단에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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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보다는 더 고민하자.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10. 12. 00:07
대학에 들어갈 때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이다. 어느 대학을 들어가는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로 나는 전공이 어느 대학을 가는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약간 과장을 보태면 인생을 결정할 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중요한 것이 학과를 선택하는 일이다. 대학교 4년동안 배우는 양의 지식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때에는 많은 사람들의 철학적인 기반이 다져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전공은 단순히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잡아준다. 그렇기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오랜 시간 동안 공대생은 공대생처럼 생각하고, 인문대생은 인문대생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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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9. 23:16
많은 사람들이 부는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리니 어지럽고 불안하다. 하지만 갈대는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코 뽑히지 않는다. 내진설계는 어떠한가. 내진설계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내진구조'는 튼튼히 강직하게 짓는 것이다. 이 구조는 작은 충격에는 미동도 없지만 큰 충격을 버틸수 없는 구조이다. 오히려 큰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다른 방법인 '면진구조', '제진구조'이다. 이들은 강인함보다는 유연함을 택했다. 뽑히지 않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강인함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면 강인하지 못한 자신을 미워말자. 흔들릴수 있는 유연함을 갖춘 자신을 아껴주고 응원해주자. 뽑히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흔들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는 아니다. '나는 무너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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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생각하며 쓴 글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10. 6. 00:12
나의 애인이 좋다. 첫 문장을 이렇게 망설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컴퓨터로 작성중이라 다행이지 연필로 썼으면 지우개똥이 벌써 한가득일 뻔 했다. 항상 글을 쓸 때면 메모장을 먼저 찾는다. 예전에 적어두었던 짧은 생각들을 조금 더 확장해서 글을 쓴다. 오늘도 무엇을 쓸지 쭉 살펴보다가 최근에 적어놓은 기록들이 대부분 나의 애인과의 대화 속에서 발췌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쓰려고 한다. 평소에는 거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애인'이라는 호칭으로 쓰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른 사람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 오히려 다른사람에게 굳이 다가가지 않았던 것 같다. 표면적인 대화만으로도 원만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