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버섯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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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함에 대하여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8. 01:02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땀 흘리는 것을 싫어해서 겨울을 좋아하는 나지만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한 요즘은 우연찮게 비추인 한 줌의 햇살에 소중함을 느낀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모자에 장갑까지 착용하고 집을 나섰는데 간질간질한 햇살이 모자를 벗겼다. 곧장 스터디 카페로 가기는 아쉬워서 가까운 약사천 산책길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시즈음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식사 후에 햇빛을 쬐러 나왔을 그 낯선이들이 괜히 인사라도 건네고 싶을 만큼 반가웠다. 약사천을 걷다가 철봉 풀업(1개도 제대로 못했지만)도 조금 시도해보다가 '이 정도면 괜찮은 산책이었다'라고 만족하며 돌아가려는데 세상에. 찬란함을 마주했다. 윤슬 가득한 물 위에 오리들이 물장구치는 걸 보고 바보처럼 우두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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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먼저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6. 21:21
어제 왕만두를 먹고 두 개 남은 것을 버릴 껄 그랬다. 오늘 아침에 꾸역꾸역 물과 함께 넘기고, 하루를 시작했더니 하루종일 체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 체했던 경험이 아예 없었는데, 지난 달 한번 심하게 체한 뒤로는 잘 체하는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메말랐던 공부의 의욕도 살아나서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흐름이 살짝 끊기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글로 남기고 하루를 일찍 마무리해야겠다. 무엇을 하든 건강이 먼저인 것은 잘 알지만 너무 가까이에 있기에 소홀히하게 되는 것 같다. 건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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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마음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5. 23:45
"너가 생각하기에 휴먼다큐에 나오는 사람들은 뭐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는 것 같아?" "뭐 그야 홍보에 도움이 되거나" "글쎄... 홍보할 게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출연료, 출연료주잖아. 나도 그것 때문에 했었고." "받아봤으면 알잖아. 그렇게 큰 돈 아닌거" "지금 나보고 이유를 생각하라는거야?" "섭외할 때 나는 항상 솔직하게 얘기해. 우리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거? 딱 하나밖에 없다고. 지금 당신 인생의 한 부분을 기록해주는 거. 맞아.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지. 그런데, 그걸 찍고 나면, 그리고 그걸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그때서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돼. 내 인생에서 순간을 기록해 간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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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4. 23:11
60대 A씨의 이야기 그녀는 농협 식당에서 25년 넘게 조리사로 근무했다. 150명이 넘는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두명의 조리사분이 만든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세시간만에 150인분을 만든다. 네시에 퇴근하여 주로 운동을 하고,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녀의 근무는 작년인 2021년 12월 31일까지였고, 정년퇴직을 했다. 주로 아침 6시쯤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그녀는 요즘 일어나면 '오늘 뭐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가까운 장터에 가서 돌아다니고 와도 30분남짓, 운동을 하고 와도 1시간 남짓이다. 고정적이던 삶의 패턴에 공백이 생기자 쏟아지는 시간의 여유가 반갑지만은 않다. 60대 B씨의 이야기 그는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다. 강원도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아침 7시에 출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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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방자 탈출기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3. 23:43
행동버섯 블로그의 감성버섯 농장에 70개의 글들이 쌓였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쌓이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글들도 생겼다. 댓글수를 기준으로 하자면 두개의 글이 인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 스스로 마음에 들어하는 에세이는 아니고, 둘 다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들이다. 첫 번째는 '작심삼일 운동은 이제 그만! 운동일지 작성법'( https://kshs20.tistory.com/93 )이라는 글이다. 스스로 만들어서 쓰던 운동일지를 공유하고자 글의 마지막에 '댓글을 남겨주시면 메일로 공유해드리겠다'고 적었다. 한두명 댓글 달면 많이 달겠지 싶었는데 31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럴거면 그냥 밑에 첨부파일로 공유할껄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나름 저작권이 있는지라 한명 한명 직접 공유하고 싶었다.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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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무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2. 23:50
아실 지 모르겠다. '딸랑무'는 '총각무'의 강원도 방언이다. 춘천사람이라서 어릴때부터 듣던 말이기에 '총각무'보다는 이 제목에 더 정이 갔다. 두 달 전쯤 우리 집에는 딸랑무 사태가 났다. 어머니께서 인심좋게 딸랑무김치를 많이 담그셨는데 공교롭게도 작은이모께서 딸랑무김치를 큰 통 가득 주시고, 앞 집 사는 할머니께서도 딸랑무김치를 주셨다. 11월이 제철이긴 한가보다. 나는 덜 익은 배추김치를 좋아한다. 스테이크 6단계 중 생고기나 다를 바 없는 블루레어 단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풋내 날 정도의 아삭한 김치도 좋다. 그런 것은 칼국수 먹을 때 곁들이면 기가 막힌다. 딸랑무김치도 배추김치와 같을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이건 좀 익어야 해" 라고 하셨지만 얼른 먹어보자고 보챘고, 마지못해 한접시 내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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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구실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1. 23:21
새해다. '고생했어' 보다는 '잘 좀 하지' 라는 마음이 더 드는 연말이었다. 낯설지 않은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스터디카페를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괜스레 울적해졌다. TV 속 시상식 끝무렵에 신동엽씨의 재치있는 진행과 함께 우리가족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사실 그거 뭣하러 하냐고 세안이나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셋, 둘, 하나, 우리가족 화이팅!!!!" 어머니 아버지와 손을 마주잡고 있다가 위로 들어올렸다. 아버지는 머쓱한듯 껄껄 웃으셨고, 나는 얼른 세안을 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취준생이라는게 참 쉽지는 않다. 벌써 꽤 오랜 기간을 취준생으로 지낸다. 그러다보니 사고의 과정이 부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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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의 기록들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1. 6. 28. 23:55
요즘 밥이 참 맛있다. ‘요즘’이라는 단어를 생략해도 될 정도로 평소에도 잘 먹는 나지만, 기꺼이 생략하지 않음에는 좀 더 ‘깊은 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기에 가족끼리 다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꽤나 기념적인 행사였다. 사회복무요원 기간 동안 집에 머물기는 했지만 그 때는 누나가 타지에 있었다. 그래서 네 명이 완전히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거의 모든 끼니를 다 같이 먹었다. 특별한 의도로 그러한 것은 아니고, 시기가 맞물렸다. 솔직히 불편한 점도 많지만 언제 또 이런 시기가 올 수 있을까? 당장 8월이면 누나는 타지에서의 공무원 생활이 시작되어 밥상의 수저 하나가 줄어들 것이다. 밥상에 놓여지는 네 개의 수저가 함께 춤추는 저녁 6시 반.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