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버섯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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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와서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9. 14. 23:42
대학에 들어갈 때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다. 그리고 약간 과장을 보태면 인생을 결정할 때 세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중요한 것이 학과를 선택하는 일이다. 대학교 4년동안 배우는 양의 지식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 때에는 많은 사람들의 철학적인 기반이 다져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전공은 단순히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잡아준다. 그렇기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오랜 시간동안 공대생은 공대생처럼 생각하고, 인문대생은 인문대생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고등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쏟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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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입에 물고.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4. 00:11
꼭 치약을 짜고 나면 기발한 생각들이 번득인다. 손에 물도 묻었고, 이미 어금니를 치약으로 두어번 문지른 상태다. '이거 글로 쓰면 기가 막히겠는데?' 싶지만 경쾌한 잇솔질은 입안의 찌꺼기와 함께 아이디어도 닦아낸다. 이렇게 놓친 생각들만 해도 20개는 될 것이다. 그나마 양치는 양반이다. 샤워할 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어차피 샤워 후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흘려보낸 적이 많다. 유레카는 습관으로부터 기인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며 '유레카'를 외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목욕탕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때가 불은 상태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불린 때를 씻어내고, 온 김에 머리도 감고, 양치까지 하고 구운달걀까지 하나 먹고 나왔을 것 같다. 그리고는 ''아까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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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닭까지는 키워봐야 하지 않겠나.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3. 00:42
글이 쓰고 싶었다. 제작년에도, 작년에도 가끔가다 꼭 글을 쓰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순간들은 컴퓨터게임 속 영웅의 칼질 한번에, 임박한 시험기간의 압박에,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에 잊혀졌다. 우연히 혼자 남은 밤, 시간적 여유까지 따라준다면 그제서야 조금 끄적이곤 했는데, 아주 운좋게 살아남은 그 녀석들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자의적으로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의무적인 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꾸준함을 유지하기엔 재미가 없었다. 50여개의 배설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행동버섯의 내 카테고리인 '감성버섯 농장'에는 50여개의 글들이 쌓였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글들이 더 많다. 계획뿐인 글들도 많고, 쓰다가 졸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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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너에게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 2020. 9. 12. 19:02
너는 요즘 드디어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잠을 잔다. 그러나 너는 언제 다시 잠을 못이뤄 괴로워 할지 모른다. 그 걱정이 어느새 문득 문득 떠오르곤 한다. 너는 이제 본격적으로 대학원에서 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너는 스트레스 받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너는 평생 해본적 없는 개발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라이브러리 조차 깔지 못하고 있는 너가 답답하겠지만, 원래 개발의 절반은 개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너는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너는 충분히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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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2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2. 00:43
미안함과 욕심 이 같이 살게 되면 그 사이에서는 조바심과 압박감이라는 쌍둥이가 자란다. 어쩔수가 없다. 그 쌍둥이가 나를 힘들게 하고, 가끔은 눈물도 나오게 한다. 하지만 때로는 부부가 있기에 자식들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존재로 부부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기도 한다. 쌍둥이가 느껴질 때마다 괴로워만 할게 아니라,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면 어떨까. 여전히 내가 부모님께 미안함을 느끼며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 동력원으로 전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긍정적 에너지가 생기니 그제서야 냉동실 안의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이 되면 어때" 가을에만 감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상님들은 애초에 곶감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나. 곶감 뿐인가. 장아찌,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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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과일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0. 23:39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일은 가장 맛있을 시기에 사람들이 따간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렇다면 미처 선택받지 못한 과일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있는 힘껏 열매들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던 나무도 겨울이 오고, 제철이 지나면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엔 열매가 떨어지거나 썩는다. '나의 제철은 현재라는 생각' 이 들어서 조금 부담스럽고 슬퍼졌다. 예전에는 '졸업하고 나면 어디선가 나를 데려가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혼자만의 막연한 그 '생각'은 자신감의 형태로 둔갑하고 있었지만 대학교 정규 과정을 수료한 그 날 저녁, 몰래 짐을 챙겨 달아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조바심과 부담감이 새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흔히 졸업 후 6개월 내에는 취직을 해야한다는 통념이 있고, 나는 그 통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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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하는 감정 싸움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9. 10. 13:10
집에서 인터넷을 두명이 사용하다 보면 인터넷이 느려진다. 특히 요즘과 같이 모든 것들이 zoom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내가 실수로 휴대폰 핫스팟을 함께 사용했다. 그 때문에 여자친구의 인터넷은 모두 사용되어 버렸고, 오늘 오전에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너 때문에 인터넷 다 썼잖아! (영어)" 어이가 없었다. 그 인터넷도 내가 개통해준 것이고, 휴대폰 데이터를 쓰면 얼마나 썼다고, 겨우 그것가지고 뭐라고 하는가. 너무 섭섭해서 이후엔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듣지 않는 것 만큼 상대를 더욱 섭섭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그래서 서로 참 별것도 아닌 것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또 금세 괜찮아지지만, 참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싸우는 것이 가까운 사이의 관계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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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언제나 잘해야만 할까?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9. 9. 23:18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잘 하고 싶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이다. 그러나 나는 잘하면 안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잘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못하면 절대 안된다. 그런 성향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보다. 상담을 하던 중 상담선생님께서 이렇게 물어보셨다. " 건 씨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건지 아니면 그일을 잘 하는 내가 좋아서 하는건지" 아마도 나는 그 일을 잘 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 같다. 그 일을 못하는 나는 좋아하기 어렵다. 또 한번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 삶을 안 살면 어떨껏 같아요?" 잘 하는 삶이 아닌 삶은 내가 인정할 수 있을까? 못하는 모습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