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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열역학 2법칙 때문이다.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20. 10. 13. 23:19
공대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체크남방, 두꺼운 안경, 두꺼운 전공책과 꾀죄죄한 몰골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며 저희들끼리만 재미있고, 상대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
한국에 공대생은 다른 나라에서 공대생을 대접하는 것에 비해 그다지 리스펙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의 공대생들은 자신의 Nerdy함을 최대한 숨기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실 4년동안 공학적으로 생각하고, 공학적으로 공부하고, 공학적으로 시험을 보고난 공대생은 자연스럽게 공학적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공대생이다.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집단은 공우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우수센터라는 정말 공돌이 중에 공돌이를 모아놓은 집단이다. 이 집단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이제는 나의 공학적 nerdy함을 더이상 감추지 않아도 되어 참 좋다. 우리는 오리엔테이션에서 미분방정식을 풀고, 치환적분을 하며 모두 깔깔 대며 즐거워 했다. 한 친구는 친구들과 함께 해운대의 바닷가에 앉아서 바닷가의 파도를 관찰하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그는 파도의 아름다움과 강력했던 파도가 일 순간에 사라지는 아쉬움을 슬퍼하지 않았다. 그는 파도의 높이를 대략적으로 산출해 이를 점화식으로 새워 파도방정식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채식을 하고 있는데, 그 채식을 하는 이유는 아주 명료하게 엔트로피 법칙, 열역학 제 2법칙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지만, 열역학 2법칙만큼 그 이유를 명료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다른 설명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공대생이다. 모든 세상이 공학적으로 보인다. 그것이 가장 명료하고, 확실하며 편안하다. 지금껏 그런 내 모습을 오히려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이 책에서 만큼은 우리의 nerdy함을 마음껏 펼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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