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면 뭐하니?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4. 23:11
60대 A씨의 이야기
그녀는 농협 식당에서 25년 넘게 조리사로 근무했다. 150명이 넘는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두명의 조리사분이 만든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세시간만에 150인분을 만든다. 네시에 퇴근하여 주로 운동을 하고,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녀의 근무는 작년인 2021년 12월 31일까지였고, 정년퇴직을 했다. 주로 아침 6시쯤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그녀는 요즘 일어나면 '오늘 뭐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가까운 장터에 가서 돌아다니고 와도 30분남짓, 운동을 하고 와도 1시간 남짓이다. 고정적이던 삶의 패턴에 공백이 생기자 쏟아지는 시간의 여유가 반갑지만은 않다.
60대 B씨의 이야기
그는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다. 강원도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저녁 6시에 퇴근했다. 그는 친구들, 직원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하고, 주말에 가족들과 멀리 놀러가는 것은 피곤해하지만 집안일은 잘 돕는 가정적인 남편이다. 소소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해서 대형마트나 5일장에 가서 둘러보는 것을 즐긴다. 그는 작년인 2021년 7월, 공직생활을 마치고, 공무연수 기간이다. 연수기간동안은 사실상 퇴직자와 같이 집에서 생활하고, 중간중간에 공무연수캠프활동을 이수한다. 퇴직 후 스포츠경기 관람 및 산책 등을 주로 한다.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중이다.
A씨는 나의 외숙모할머니(아버지의 외숙모)이고, B씨는 나의 아버지다.
'노후대책', '노후준비'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찾아오는 노년기를 거스를 순 없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 능력은 당연히 젊은 시기보다 떨어지고, 경제활동을 하기에 불리한 여건이 된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공무원연금을 받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활동 없이도 꽤나 여유롭게 생활하실 수 있다.
저녁 식사 후에 어머니와 외숙모할머니가 통화하시는 내용을 잠깐 들었다. 엿듣고자 한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하는데 그냥 들렸다. 외숙모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게 없다는 말이 참 무겁게 귀에 들어왔다. 노후대책은 단지 생존을 위한 경제적인 대비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러블리페이퍼'라는 기업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왜 폐지를 줍는지'에 대해서 인터뷰한 결과 가장 높은 응답은 돈때문이 아니라 '심심해서'였다.
외숙모할머니처럼 할 게 없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정말 심심하실 것 같다.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전부터 조금씩은 구상을 하셨지만 순식간에 현실로 다가와버린 퇴직은 아버지께 시간을 들이부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불편하신 분들의 이동을 돕는 일자리가 있는데, 취지도 좋고 용돈도 벌 겸 알아보고 계신다.
노후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 시간을 잘 쓰기에 꽤 괜찮은 일이고, 심지어 그 기회조차 자격의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아서 귀하다. 하지만 나는 진짜 노후에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잘 놀 줄 아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의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 시장의 불안정함이 항상 존재하고, 경쟁을 수반하기 때문에 분명히 그 경쟁에서 탈락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더 있지만 그들에게 경쟁의 탈락은 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뭘 하고 잘 놀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고민해봤는데 참 안타까웠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재미있게', '신체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놀만한 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이래서 쉽지 않은 해결과제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누구나 노년의 시기를 겪는다.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뭘 하면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여러분은 놀면 뭐하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