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과일 2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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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 지난 과일 2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0. 9. 12. 00:43

     

     

    <철지난 과일 1에 이어서...>

     

      미안함과 욕심

     

      이 같이 살게 되면 그 사이에서는 조바심과 압박감이라는 쌍둥이가 자란다. 어쩔수가 없다. 그 쌍둥이가 나를 힘들게 하고, 가끔은 눈물도 나오게 한다.

      하지만 때로는 부부가 있기에 자식들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존재로 부부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기도 한다. 쌍둥이가 느껴질 때마다 괴로워만 할게 아니라,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면 어떨까. 여전히 내가 부모님께 미안함을 느끼며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 동력원으로 전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긍정적 에너지가 생기니 그제서야 냉동실 안의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이 되면 어때"

     

      가을에만 감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상님들은 애초에 곶감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나. 곶감 뿐인가. 장아찌, 김치, 북어포 등 제철음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결과물은 많다. 같은 감이라도 예전엔 곶감으로, 요즘에는 아이스홍시로 먹기도 한다. 감의 가치는 가을이 지나도 다양한 방법으로 빛난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가을에 당장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가올 추위에 지레 겁먹고 숨는다면 썩을 뿐이다. 겨울이 온다고 쫄지 말자.

      서리가 내리고 추위가 찾아오면 오히려 곶감이 마르기 좋은 시기인 것이고, 냉동실 속으로 들어가면 아이스홍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가을이 지나버린다면 어깨 당당히 펴고 추위를 맞이하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철 지난 과일이 되자. 다 마르기도 전에 지나가던 옆집 옥분이 할머니가 너무 탐스러워서 하나 드실지 누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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