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잎새다례원, 위안부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아야 할 이야기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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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리뷰] 잎새다례원, 위안부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아야 할 이야기
    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성장 일기 2018. 5. 28. 01:07

    친구가 참여한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간 연극이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종로구에 위치한 전통 찻집. 잎새다례원. 할머니들은 이곳에서 매년 마지막 날 정기 모임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임을 취재하려는 기자 코바야시가 불쑥 방문하는데...
    우리는 이들의 모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1997년, 2002년, 2008년, 2011년, 2015년, 2017년, 그리고 2025년의 모임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의 소개글이 써져있더군요. 



    1. 연출의 말


    서울 종로의 어느 골목, 구불구불 깊숙히 들어가면 그 끝에 작은 전통찻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참 특별한 삶을 살아온, 하지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여섯명의 사람들이 매년 반가온 모임을 갖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그 웃음이 내 웃음이 되고 그 아픔이 내 아픔이 되며 그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모임은 이제 끝이 납니다. 그 이유는 매년 한 분, 두분씩 멀리 떠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함께 나누던 그 이야기는 어느새 잊혀질 지도 모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저 편히 앉아 자분자분 말씀하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그 향긋한 차 냄새와 함께 기억해 주세요. 이 모임은 이제 곧 끝이 나지만 그 소중한 이야기는 절대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연출의 말에 나와있는 전통찻집의 모임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임입니다. 이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박막해 할머니이고, 그 할머니의 손녀 '여운'과 함께 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함께 모여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신들이 당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모두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 나의 눈, 코바야시


    이곳에 코바야시 라는 젊은 일본 기자 청년이 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인물은 적당히 일본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리고 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청년입니다. 저는 참 이 작가에게 공감하면서 이 연극을 보았습니다.


    처음에 이 작가는 호기심에 이 모임에 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을 계속해 나가면서 이 일에 아픔을 느끼고 이 일을 적당히 세상에 알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몇번에 걸쳐 형식적인 사과를 하니, 이제는 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체 뭘 어떻게 더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고 이 모임을 뛰쳐 나갑니다.


    사실 저도 한 시민으로서 부끄럽지만 코바야시와 비슷한 태도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관심을 가지고, 마음 아파한 다음, 시간이 지나서는 무뎌지고, 가끔 기사에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혹은 수요집회 이야기를 볼 때마다 "고생하시네", "대체 어떤것을 바라시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베트남에 저지른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극 중 코바야시는 그렇게 역정을 내고 뛰쳐나가 이곳 저곳을 찾아다닙니다. 그렇게 이곳 저것 돌아다니던 코바야시는 깨닫게 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국가에게 하는 공식적인 사과도 아닌 할머니들에 대한 그냥 진심어린 사과라는 것을요. 


    제가 느끼기에 작중에서 코바야시가 어떤 심정적 변화를 겪어 생각이 변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 심정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저도 아주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펐습니다. 


    할머니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은 물론 첫 번째로는 일본이지만, 그러나 그 이후에 더 아픈 상처를 준 것은 우리나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나라 라는 큰 집단 속에는 무관심속에 혹은 비관적으로 바라본 나의 눈길이 일조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3. 가는길에 보지 못한 소녀상


    그렇게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가는 길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이 소녀상입니다. 분명히 가는 길에도 있었을 소녀상이지만, 가는 길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소녀상이 돌아오는길에는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극이 제게 제법 큰 변화를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중 2025년이 되어 할머니들은 모두 돌아가십니다. 그러나 그 모임은 계속 이어집니다. 코바야시와 위안부 할머니의 손자인 "여운"이 그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해야 할 앞으로의 일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할머니들이 직접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잊지 않고 계속 노래하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베트남에게는 먼저 사과를 해야겠죠. 


    4.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쓰는 이 글도 위안부에 관련된 수 많은 글에 하나로서 일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제 가슴을 다시한번 울린 이 작품의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같이 계속 기억합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시간이 흐르면 미래가 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2002년 독일의 작가 퀸터 그라스는 한국기자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사과했는데 왜 일본은 그렇지 못한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많은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들이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이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책으로 쓰고, 연극으로 하고, 노래로 만든다. 그런데 너희 나라에는 그런 영화가 얼마나 있느냐? 그런 책이 얼마나 있느냐? 그런 노래와 연극이 얼마나 있느냐? 독일이 특별히 도덕적이어서 사과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런 예술적 고발이 있기 때문에 외면 할 수 없기에 사과했을 뿐이다. 그게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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