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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지는 것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19. 3. 17. 19:27
이전에 쓴 블로그 글들을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부족한 글 실력 때문일까? 아니다.
오글거리는 멘트들 때문일까? 아니다.
'~해야겠다.' , '꾸준히', '앞으로' 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 글들처럼 꾸준히 실천해온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운동일지가 대표적 사례이다.
내 포스팅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운동일지인데, 중간중간 3,4일정도의 공백은 있었지만 요즘은 운동은 자주 하지만 일지는 거의 쓰지 않았고, 그것에 대한 불편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무뎌진다.
어쩌면 위 사진처럼 자물쇠에 녹이 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저 사진을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잠그고는 있잖아.'
자물쇠는 무뎌져도 제 역할을 다한다. 겉은 비록 흉하고 더러워보여도 그 단단한 결속은 결코 문이 열리게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물론 마음 속의 열정이 식지 않은 채로, 또는 녹슨 곳 하나 없이 광이 나는 쇠처럼 평생 유지하는 것을 바랬었나보다.
문이 열리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자물쇠를 예쁘게 유지하는 것을 말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나라는 자물쇠가 조금만 녹이 슬고 무뎌져도 더이상 문을 잠글 수 없는 '쓸모없는', '실패한' 녀석이라는 마음을 은연중에 들게 한 것 같다.
녹이 조금 슬더라도 다시 기름칠하고 관리해서 잠글땐 잘 잠그고, 누군가가 열쇠를 들고 와서 나를 바꿀만한 기회를 줄 땐 삐걱거리지 않고 잘 열어줄 수 있는 멋진 자물쇠가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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