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 행동버섯 (원산지: 자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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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11. 23:47

    감성버섯답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에 몸을 담구고 있지만 사소한 상황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든다.

    감정, 생각
    이 두가지는 사람이 단지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중요한 만큼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 결코 단맛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감정과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자칫 우울해지기 쉽다. 특히나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어제 애인과 통화를 하며 그녀 마음속의 고민들을 들었다. 들으면서 내 상황을 비추어보았는데 나역시 마음속에 여러가지 정리되지 않은 고민들이 있었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엔 우울해지고, 글로 써서 블로그에 업로드하기엔 부끄러움 반, 귀찮음 반이었던 그것들은 내 속에서 내장지방처럼 쌓이고 있었다. 정확한 형태가 없는 나의 고민들이 "너도 잘 못하면서 무슨 조언을 하겠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나 조언 한마디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긴 지금 나와 그녀에게, 그리고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읽는이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가끔 그런 때가 있다. 자신의 속에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끄집어내서 확인해보기엔 두려워서 방치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왜 기분이 안 좋은지도 모른채 한없이 쳐지게 되고, 우울감이 들 수 있다. 그 우울감이 꽤 힘들어서 얼른 속의 고민들을 찾아내고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든다.

    그러면 좋긴 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잡아버리는 효과 좋은 백신이 우리의 마음에도 있다면 좋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우리 몸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그 바이러스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코로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걸렸다고 해서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인간에게는 면역력이라는 놀라운 힘이 있다. 쉽게 죽지 않는다.

    고민도 마찬가지다. 고민이 깊고, 안에서 이미 곪았어도 면역력만 있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는 마음의 면역력을 잘 관리해야 어떤 고민이 찾아오더라도 앓다가 결국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면역력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면역력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말이 큰 효과를 줄 것이라 믿는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비옥한 내 마음이 되지 않을까. 지금 우중충한 이 마음의 날씨가 결국엔 큰 나무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만약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그 이유를 찾기조차 두렵다면, 다시 맑은 날이 오긴 할까 걱정된다면 잠시 귀기울여보자.. 우산에 부딪히는 투둑투둑 빗소리, 빗속을 걸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
    비 오는 날에만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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