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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마음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1. 5. 23:45
"너가 생각하기에 휴먼다큐에 나오는 사람들은 뭐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는 것 같아?"
"뭐 그야 홍보에 도움이 되거나"
"글쎄... 홍보할 게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출연료, 출연료주잖아. 나도 그것 때문에 했었고."
"받아봤으면 알잖아. 그렇게 큰 돈 아닌거"
"지금 나보고 이유를 생각하라는거야?"
"섭외할 때 나는 항상 솔직하게 얘기해. 우리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거? 딱 하나밖에 없다고. 지금 당신 인생의 한 부분을 기록해주는 거. 맞아.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지. 그런데, 그걸 찍고 나면, 그리고 그걸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그때서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돼. 내 인생에서 순간을 기록해 간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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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中]
원래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된 '그 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는 처음으로 매주 월, 화의 나를 설레게 한다. 인상깊은 대사가 많이 있는데, 그 중 극중에서 PD역을 맡은 김지웅의 대사가 가장 인상깊었다."내 인생에서 순간을 기록해 간직할 수 있는게 얼마나 값진 건지"
인생의 순간을 기록해 간직하는 것. 운 좋게도 나는 주변에 귀인들이 많아서 인생을 꽤 잘 기록한 것 같다. 어릴 적, 부모님이 필름카메라로 성장 과정을 찍어주셨고, 고등학교 때는 방송부활동을 하며 나와 친구들을 영상으로 남겼다. 사진찍기를 즐기지 않던 나였지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애인을 만나 많은 순간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그리고 글 쓰다가 슬쩍 그만둬도 다시 글 쓰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렇게 글을 다시 쓰며 내 생각들을 기록하고 있다. 인생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도 이렇게 값진데, 순간이 아니라 70년, 그 이상의 시간을 기록하면 어떨까.
막연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노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식, 손주가 있다면 책에 들어갈 삽화는 그들에게 맡기고 싶다. 노인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선물이 될까. 제사를 지낼 때 반찬 가짓수가 아무리 많아봤자 고인의 기록은 달랑 영정사진 한장이다. 그 사진 옆에 그의 인생을 담은 책을 놓으면 좋지 않을까. 이왕이면 책도 한권이 아니라 여러권 만들어서 김씨 할아버지가, 박씨 할머니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인생을 사셨다고 사람들께 알리고 싶다.
부끄럽게도 이 생각을 한지는 이미 2년도 넘었다. 가슴 속에 간직한 멋진 꿈이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크게 실천한 것이 없다. 당장 취업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괴리감마저 든다. 하지만 이번에 다짐한 한달 글쓰기라는 목표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첫 발자국인듯하다. 한달 글쓰기를 하면서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겠다. 재밌겠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