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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말 대잔치 / 신영준, 고영성생각버섯 (성, 星) 의 농장/서평 2018. 10. 29. 15:49
최근에 누가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이 뭐에요?”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었다. 평소 고민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할 정도로 다수의 고민들을 하는 나로써는 그 많은 고민들 중 하나를 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많은 고민이 생긴 것도 맞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에도 참 고민하기 좋은 세상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이 실제로 고민상담을 했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각 고민에 대한 저자들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하나의 고민에 대해 방대한 양의 상세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 짧은 코멘트를 남기는 형식의 책이다. 하지만 짧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는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제목 그대로, 툭툭 내뱉듯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뼈가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의 받은 신선한 충격과 희열이 너무 좋았다.책에 담긴 많은 고민들 중 개인적으로 공감되고, 느끼는 게 많은 고민들 몇 가지를 서평으로써 정리하고자 한다.
1. 고통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본인은 20살 가을 즈음에 대인 관계와 경제적인 부분에서 동시에 큰 스트레스를 느껴 사람들과의 연락을 두절해버린 경험이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감정들 (예를 들어 외로움, 두려움, 불안감 등)이 살면서 가장 컸던 시기는 잠수를 타고 혼자 남은 시기라고 확신할 수 있다. 만약 당시에 고민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잠수까지 타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그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 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고통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너의 고통을 안다는 말’은 교만한 말이다.”
라는 부분이 새로웠다. 지금까지 타인의 고민을 들어 줄 때, 공감하고 있다는 마음을 주기 위해서 ‘나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서 네 마음을 잘 알 것 같다’라는 식의 말을 많이 했던 본인으로써는 크게 뜨끔했다. 미래에 타인의 고민을 듣는 기회가 있을 때 섣부르고 억지스러운 공감보다는 책에 나온 내용을 하나 소개하는 게 더 좋겠다.
행복 연구의 대가 조지 베일런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행복을 결정한다”
는 말로 이 부분이 마무리 된다. 개인적인 해석을 추가하면 고통을 꼭 부정적인 단어라고 결정 지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성장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육체적인 고통은 우리 몸이 병균과 싸워 이기는 과정이며, 정신적인 고통은 보다 성숙한 사고를 하는 과정이다.) 만약 지금 고통스럽다면, 힘든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미래의 성장을 기대하며 고통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2.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저번 학기에 들었던 학교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Do what you love”
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수업 내용과 관련 없는 말이었지만, 그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말이었다. (수업 내용이 머리에 남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뭔지 찾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안타깝게도 교수님께서 방법까지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기에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렵다는 이유로 점점 열정이 식었고, 마음 속에 희미하게 남아버린 불씨를 다시금 살리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세부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는 좋아하는 일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행복하고 또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일을 포기할 수 없는지가 명확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둘째로 좋아하는 지는 무조건 경험해서 검증하라고 한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 메트릭스
라는 말도 있듯이 간접적인 경험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게 일이라는 말이 상당히 공감되었다. 따라서 부지런히 경험의 기회를 물색하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바뀔 수 있음을 항상 염두 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뼈 있는 말이라서 너무 좋았다.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일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고 또 좋아하는 동안 진정으로 좋아하려면 이 사실을 항상 염두 해야 한다고 말한다.
3. 이별을 제대로 하는 방법
책의 가장 앞부분에 있는 목차를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후회 속에 빠져 산다는 것이 꽤나 큰 고민이었다. 이별보다 조금 더 큰 범주로 이야기 하자면 과거에 끝나고 다 지나간 상황들에 대해 미련과 후회가 깊게 남아서 괴로운 적이 많았다.
이 부분에서는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과 그 끝은 시작과 달리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를 인지하고 나면, 이별의 순간에 하고 싶은 말을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말들을 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지만, 하지 않는다면 이별 후에 오래도록 후회로 남는 것들이다. 슬픈 이별을 깨닫고 나면, 역설적으로 함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별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해답이 이별하기 전인 지금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본인을 가장 행복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언급되었듯이 다양한 형태의 교감은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한다는 말처럼 다방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각 고민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저자들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에서 해당 고민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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