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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글쓰기 2022. 7. 9. 21:19
탓
1. (이유) reason
2. (잘못) fault, blame영어사전에서의 '탓'은 1번이 '이유'이고, 2번이 '잘못'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책임을 묻는 것보다 '이유'를 알아내서 '해결'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든다.
탓
[명사]
1.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
2.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반면 국어사전에서의 '탓'은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원망'과 '나무라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reason'만을 가지고도 피드백에는 문제가 없다.
'네가 마무리를 해준 이유로 일을 잘 끝마칠 수 있었다.'
'네가 마무리를 해주지 못한 이유로 일을 끝마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과 지내며 탓을 참 많이 한다.
그 이유를 밝혀서 다음에는 잘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네 탓이잖아.''
탓. 빨리 말하기도 쉬운 단어다. 소리내어 읽어보면 한 글자 단어중에서도 '꿈','정','빵','꿀'과 같은 단어에 비해 재빠른 느낌을 준다. 50m 달리기 선수가 재빨리 출발할 때 나는 소리는 어쩌면 '탓'이 아닐까.
그만큼 '탓'에는 속도가 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흔히 가장 먼저 일어나는 단계는 누구의 탓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누군가를 '탓'의 대상으로 지정해야 자신이 지목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가 생명이다.
나 역시 탓을 많이 하며 살아온 것 같다. 남탓을 일삼던 시기도 있었고, 내탓으로 끌어안고 자책하던 시기도 있었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괴로울 때는 남탓으로 치부해버리면 잠시나마 죄책감을 가릴 수 있었고, 타인의 잘못을 바꿀 용기가 없을 때는 내탓으로 치부해버리면 굳이 용기낼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탓은 빠르고 편리한 만큼 그 효과도 빠르게 사라졌다. 죄책감은 나은 것이 아니라 곪아있었고, 용기내는 법은 희미해져갔다.
결국 진통제만으로는 나을 수 없는 아픔이 많다. 탓을 통해 잠시 통증을 잊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가는 꽤나 귀찮은 과정을 마주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남탓만큼 내탓도 위험하다. 탓이 아닌 이유를 찾아보려고 노력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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