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버섯 2022. 1. 13. 00:02

 

그리운 깍두기

 

김성호

 

어릴 적 골목엔

깍두기가 한명씩 있었다

이제 막 유치원 들어가는

친구네 여동생

 

언니 오빠들 술래잡기에

종종걸음으로 어떻게든

자기도 끼어보겠다고

쫄래쫄래

 

균형이 맞지 않지만

애쓰는 모습이 썩 귀여워

생각해낸 묘안

"너는 깍두기 해"

 

기분 나쁘지 않게

봐주는 것이 티 안나도록

연기하며

배려를 배웠다

 

아이도 즐거웠는지

해맑게 웃고

커가면서 그 미소가

끼워줘서 고맙다는 말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제 깍두기는

골목이 아닌 식탁에서만 보인다

 

여럿이서 무얼 할 때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배제할 생각이 앞선다

 

라면을 먹다가

깍두기를 하나 집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맵고

유난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