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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의 기록들 1)감성버섯 (호, 昊) 의 농장/에세이 2021. 6. 28. 23:55
요즘 밥이 참 맛있다.
‘요즘’이라는 단어를 생략해도 될 정도로 평소에도 잘 먹는 나지만, 기꺼이 생략하지 않음에는 좀 더 ‘깊은 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기에 가족끼리 다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꽤나 기념적인 행사였다. 사회복무요원 기간 동안 집에 머물기는 했지만 그 때는 누나가 타지에 있었다. 그래서 네 명이 완전히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거의 모든 끼니를 다 같이 먹었다. 특별한 의도로 그러한 것은 아니고, 시기가 맞물렸다. 솔직히 불편한 점도 많지만 언제 또 이런 시기가 올 수 있을까? 당장 8월이면 누나는 타지에서의 공무원 생활이 시작되어 밥상의 수저 하나가 줄어들 것이다.
밥상에 놓여지는 네 개의 수저가 함께 춤추는 저녁 6시 반. 괜히 ‘가족’이라는 말보다 ‘식구’라는 말을 더 쓰고 싶은 나는 아버지의 깻잎 분리를 도와드리며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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