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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15 한국인이 보는 슬로우 라이프영감버섯 (건,徤) 의 농장/핀란드 오울루 대학 교환학생 2019. 2. 4. 06:25
핀란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많이 나오는 것이 "슬로우 라이프"이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몇번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고, 남들을 먼저 배려해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사례들
1) 기다리는 차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면 지나가던 차가 저렇게 멈춘다. 차 입장에서 바쁠텐데도 항상 지나가는 행인을 배려하여 멈추고 지나간다.
2) 방문 열어주는 서비스
방문을 닫으면 방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기는 것을 잘 모르고, 방안에 키를 넣어놓고 거실에 있을 생각에 문을 닫다가 문을 잠근다.
방문이 잠겨 전화를 하면 사람들이 와서 열어준다. 전화를 받고 오는 것도 천천히 온다. 그리고 4시가 넘으면 야간 수당이 되어 30€를 줘야 한다.
3) 등을 고치는데 걸리는 시간.
마땅한 사진이 없다. 우리 방 거실의 사진이다. 거실 등이 망가져서 굉장히 어둡고 촛불을 사용해서 밥을 먹곤한다. PSOAS라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다. 공공의 물건이 망가지면 PSOAS에 전화를 한다. 그러면 PSOAS에서 고쳐준다.
그런데 문제는 말도 안되게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방 등이 망가졌다고 전화를 한 것이 3주 전이다. 오늘 고쳐줬다.
2. 한국인이 보는 슬로우라이프
사실 슬로우라이프라 하면 굉장히 여유 있어보이고, 품위 있고 여유 있어 보인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슬로우 라이프는 어떨까
1) 이상하다.
지금이야 적응을 했는데, 처음에 출근시간에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너무 이상했다. 사람이 갈 때마다 차들이 멈춰서 차들이 10대가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쌩썡 달리는 차들이 모두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길을 건너던 내게는 너무 이상했다.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2) 답답하다.
평생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왔던 필자에게는 답답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우선 방 등을 고치는데 3주가 걸린다니. 아픈 곳이 있어 전문의를 찾으려고 예약을 하면 경우에 따라 3주를 넘게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다들 큰 불평 없이 아쉬운대로 지내는 것이 오히려 너무 신기했다.
3) 생각한다.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체 왜 이곳에서는 천천히 하고 한국은 빠른가. 한달이 지난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느림은 여유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모두가 빠르게 다니는 환경이라면 느린 사람은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두가 배달을 시키면 빠르게 오는 것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늦는 다는 것은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서비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면 항상 피곤해진다. 남들보다 빠르기 위해서 항상 긴장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모두가 천천히 살고 있는 세상이라면? 천천히 하는 것이 뒤쳐지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며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4) 느낀다.
이제는 이 슬로우라이프를 최대한 느껴보려 한다.
학식줄을 기다릴 때 앞사람이 빨리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 말은 내가 음식을 고를 때 조금 더 여유 있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차를 타고 갈 때 사람을 기다리느라 늦어도 괜찮다. 내가 걸어다닐 때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좀 늦어도 괜찮다. 늦는 서비스들은 주로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공공서비스로 그 존재 자체가 혜택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에서 이런 슬로우라이프를 도입하긴 힘들다. 그래도 차를 타고 갈때 횡단보도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한번 멈춰보면 어떨까? 배달을 시켰을 때 늦는다고 독촉전화를 하기 보다는 그냥 여유있게 기다려보면 어떨까? 뒤에 오는 사람이 보이면 문을 잠시 잡고 기다려 주면 어떨까?
이런 사소한 친절들이 모이고 모이면 한국에서도 조금 더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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